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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본책

[헤르타 뮐러] 모든 낱말은 악순환에 대해 알고 있다.

손수건 있니?

내가 매일 아침 집을 나서기전, 어머니는 대문에서 꼭 이렇게 물었습니다.내게는 손수건이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손수건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매일 아침 나는 어머니의 그 물음을 기다렸고, 그래서 매일 아침 손수건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손수건은 매일 아침, 어머니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 시간 이후로는 무슨 일이든 나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손수건 있니?

이 물음은 간접적인 애정 표시였습니다. 농부들은 원래 면전에서 애정을 표현할 줄 몰랐습니다. 아마 그랬더라면 서로 민망해했을 것입니다. 농부들은 사랑을 물음으로 넌지시 바꾸어 표현했습니다.오로지 그렇게 담담하게,마치 일을 시키듯 명령적인 어조로만 애정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무뚝뚝한 목소리는 되레 애정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처음에는 손수건 없이, 그다음에는 손수건을 들고 대문에 섰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가 손수건과 더불어 내 곁에 계시다는 듯 집을 나섰습니다.

( 생략 -대충 20년이 지난후 뮐러의 인생에 대한 얘기들 독재정권의 협력제안을 거부하다 해고되고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


나는 죽음의 공포에 삶의 욕구로 반응했습니다. 삶의 욕구는 낱말의 욕구였습니다. 오직 낱말의 소용돌이만이 내 상태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낱말의 소용돌이는 입으로 말할 수 없는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독재라는 테마가 자연히 나타나게 됩니다. 자명한 일들을 거의 완벽하게 빼앗기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테마가 은연중에 존재하는데도 , 나를 사로잡는 것은 낱말들입니다. 낱말들은 그 테마를 저희가 원하는 대로 유인해갑니다. 그 어느 것 하나 합치하지 않으나, 그 모든 것이 진실입니다.

내가 망명하기 직전 , 어머니는 아침 일찍 마을 경찰관들에게 소환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대문간에 이르러서야 “ 손수건 있니? “ 라는
물음을 떠올렸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에게는 손수건이 없었습니다. 경찰관이 채근하는데도, 어머니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손수건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경찰관은 파출소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다. 어머니는 루마니아 말을 잘하지 못해 경찰관의 울주짖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경찰관은 방을 나가면서 문을 잠갔고, 어머니는 하루 종일 그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처음 몇 시간 동안 어머니는 책상 앞에 앉아 울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눈물 젖은 손수건으로 가구의 먼지를 닦기 시작했습니다.그다음에는 방구석의 물 양동이와 벽에 걸린 수건을 가져다 바닥을 닦았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경악했습니다. “뭣 때문에 파출소를 닦아줘요?” 내 질문에 어머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 시간을 보낼 일거리가 필요했거든. 그런데 사무실이 너무 지저분하더구나. 큼지막한 남자용 손수건을 하나 가져갔더러면 좋았을 것을”
어머니께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더욱 낮춤으로써 구류 상태에서 품위를 만들어내었다는 것을 나는 지금에야 이해합니다. 나는 그것을 위한 낱말들을 모아 콜라주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나는 마음속의 힘찬 장미에 대해 생각했다
체와 같은 무익한 영혼에 대해
그러나 주인은 물었다
누가 우위를 차지하느냐고
나는 말했다, 피부의 구원
그는 외쳤다, 피부는
사라분별 없는,
모욕당한 고운 아미포 얼룩일 뿐이라고

나는 날마다, 오늘까지도 독재 치하에서 품위를 빼앗기는 모든 이들을 위한 문장을 말할 수 있기를 바라왔습니다. 손수건이라는 낱말이 들어가는 문장으로 , 혹은 “ 손수건 있니? “라는 물음으로,
고래로 손수건에 대한 물음은, 손수건이 아니라 인간의 절박한 외로움을 가리키는게 아닐까요?


<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 >



숨그네

[ 17살 소년 레오가 2차 대전후 강제수용소에 갖혀서 22살까지 약 5년의 끔찍한 수용소 생활을 보내는 것을 생생히 묘사한 작품입니다. 레오는 이곳에서 보내는 세월동안 많은 힘든 노역과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는 온갖 질병들에 시달렸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레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추위도 강제 노역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 배고픔’이었죠. 굶주림의 공포는 어떤것보다도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언어로 만든 예술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그녀를 노벨상 수상자로 만들어줍니다.


저지대

[ 헤르타 뮐러가 어릴적 살았던 루마니아의 한 마을이 배경이 되어 그곳에서 루마니아인으로도 독일인으로도 인정 받지 못하며 독재정권 안에서 탄압과 고통을 겪는 가난한 자들의 삶이 생생히 묘사됩니다. 이 책은 저지대는 물론 총 19편의 단편 작품을 수록했습니다. ]

그밖에도 많은 명작들을 써냈습니다


독재와 전체주의에 대한 헤르타 뮐러의 강한
분노와 저항정신을 느낄수 있다.


그녀가 독재정권 속에서 생생히 겪어 온 것들이 묘사되어진 작품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은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가,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잘못 선택되게 되면 그 밑의 국민들이 얼마나 처절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가를 느낄수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며 주어져야 할 기본 권리가 어떤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뮐러의 책들을 가끔 도서관에서 다시 발견해
기억을 되살리며 읽어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깨달음과 김정은 밑에서 고통 받고 있을 북한 주민들의 고통 또한 자연히 떠올라지는것 같아 안타까움을 주긴 합니다.

{책은 보고 싶은데 볼 책이 없으신가요?
그렇다면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을 꼭 한번쯤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무 작품이든상관 없습니다. 그녀는 어떤 낱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문장의 대가이자 언어의 마술사니깐요.}